전,란

2024. 10. 19. 02:09컬쳐(상품권 ㅎㅎ)

▶전,란 (Uprising) ▶감독: 김상만 ▶각본: 신철, 박찬욱 ▶출연: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차승원 ▶ 상영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 126분 ▶제작: 모호필름, 세미콜론 스튜디오 ▶제공: 넷플릭스 ▶공개:2024년 10월 11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전란은 조선 시대의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몰락한 양반의 자제 천영(강동원)과 조선 최고의 무신 집안 아들 이종려(박정민)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맡아 약 300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126분의 러닝타임 동안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 관계의 복잡함을 긴장감 있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천영과 종려가 어린 시절부터 끈끈한 친구였지만, 신분의 벽과 전쟁이라는 외부적 상황으로 인해 멀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천영은 몰락한 양반 가문의 자제로, 결국 노비로 전락하며 살아가지만, 군사로 거듭나 전장의 한가운데에 뛰어듭니다. 한편, 종려는 전쟁 속에서도 권력과 명예를 좇아 엘리트 무장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 둘은 임진왜란의 전장 속에서 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며, 각자의 신념과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대립합니다. 천영은 오랜 분노와 상처를, 종려는 책임감과 체면을 안고, 전장의 혼돈 속에서 서로를 향한 칼을 겨누게 됩니다.

영화의 중반부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이 절정에 달합니다. 천영은 과거의 배신과 고통을 담은 눈빛으로 종려를 바라보지만, 종려는 그를 멸시하며 대립합니다. 특히 두 사람이 산성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각각의 무술 실력을 과시하며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으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천영은 노비로서의 설움을, 종려는 엘리트로서의 책임감을 담아 서로를 물리치려 하지만,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의 갈등은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습니다.

영화 후반부, 천영과 종려는 일본군의 대규모 공격을 맞아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 과정에서 천영은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무기를 들게 되고, 종려 역시 천영을 인정하게 되면서 둘 사이의 긴장감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둘의 화해는 전투 중 벌어지는 다소 짧은 대화와 눈빛의 교환으로 이뤄지는데, 이 장면은 갈등의 해소가 급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대의 비극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인간적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생생한 전투 장면과 정교한 액션 연출입니다. 특히 김신록이 연기한 여성 의병 '범동'의 등장과 편곤을 사용한 전투 장면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범동은 여성으로서 사회적 한계와 싸우며 독립된 의지로 적을 상대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녀와 천영, 종려가 함께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장면은, 단순한 전투를 넘어선 인간적 연대와 생존의 절박함을 보여줍니다.

​박찬욱 감독의 섬세한 각본은 영화 속 캐릭터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전쟁 속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탐구합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화려한 액션을 넘어, 캐릭터들이 왜 그토록 갈등하고, 왜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결국은 이해하게 되는지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전란은 전쟁이라는 큰 배경 안에서 인간의 본질과 갈등을 탐구하는 영화입니다. 천영과 종려의 이야기는 단순한 친구 사이의 대립을 넘어, 조선이라는 역사적 시대 속에서 갈라질 수밖에 없었던 두 인물의 운명을 다룹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연약함,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화해를 그려내며, 전란은 감정과 액션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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